이런저런 생각이 많던 즈음에 제가 오랜 시간 해왔던 것, 살면서 가장 좋아했던 책과 책을 소개하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사실 책방은 오래전부터 염두에 두었던 일이었지만, 쌍둥이 아이를 키우며 엄두를 내지 못했었거든요. 내가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많은 일들이 막힌 상황에서, 어쩌면 무모해 보이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책을 소개하고, 책을 통해 의미 있는 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서점을 바로 지금 해야할 때가 아닐까했죠. 그렇게 이 서점이 만들어진거에요. 

책방을 운영하면서 힘든 일도 많지만 즐겁고 뿌듯한 때가 더 많아요. 말씀드렸다시피 우리 책방은 제 고민과 그 고민으로 선택된 책들을 소개하는데, 자연스럽게 어떤 주제나 흐름이 생기게 되었어요. 가령, 여성, 환경, 아동에 대한 책들에서 노동과 인권 그리고 동물권 같은 주제로 이어지고 있어요. 칼럼이나 에세이를 비롯해 소설이나 시집 등 장르는 다양하지만, 어떤 흐름과 일관성이 만들어지게 된 거죠. 처음엔 너무 제한적인 주제는 아닐까? 라는 고민도 있었는데, 책방에 들르는 손님들이 자기도 비슷한 고민을 해왔었고 소개된 책들이 그 고민을 잘 담아내고 있다고 말씀해 주기 시작했어요. 차츰 독서 모임에 참여하는 분들과도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어요. 기억에 남는 손님 가운데 누구에게도 잘 말하지 못했던 나의 고민이 이 서점이 선택한 책들이 담겨 있는 것을 보시고, 나의 고민이 나만의 고민이 아니었다고, 참 위로되었다고 말씀해 주신 일이 있었거든요. 사실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음을 책을 통해 알게 된 거죠. 그게 참 뿌듯하고 기뻤어요

청파교회를 알게 된 건 세월호 2주기 기억 예배 당시 설교자로 오신 김기석 목사님 때문에 알게 되었어요. 사고가 났던 2014년쯤부터 저와 저희 가족이 신앙적으로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었거든요. 무엇보다 당시 교회가 사회적으로 너무나 큰 슬픔을 당한 이 사건에 아무런 공감도 하지 못하고 있음에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말 못 할 고민을 안고 씨름하던 중에 세월호 2주기 예배에서 고통에 공감하는 말씀을 듣게 되었던 거죠. 기억 예배 주보를 보며 바로 청파교회를 검색했어요. 이런저런 자료나 기사들을 보며 확신이 들었죠. 우리 가족 모두 이 교회에 나가면 좋겠다고요.

청파교회 예배가 여러모로 좋은데 특별히 목사님께서 말씀 서두에 당시에 사회적 아픔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 혹은 상황에 대해 자주 말씀해주시잖아요. 예배 가운데 타자를 걱정하고 연민하는 마음을 갖게 되어 그 시간이 얼마나 감사하고 은혜였는지 모르겠어요. 예배와 신앙이 나와 내 삶과 동떨어진 어떤 것이 아니라 잇닿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교회에서도 이런 고민이 가능함이 강단을 통해 먼저 이야기되고 그러다 보니 교회의 다른 모임, 예를 들어 교회학교 같은 모임에서도 자연스럽게 함께 이야기되고 또 고민을 나눌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 교회가 늘 생각하는 생명에 대한 마음, 녹색에 대한 걱정 같은 것들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 같고요. 그래서 교회라는 공간이 참 안전하다고 생각돼요. 내 고민을 편안하게 나눌 수 있게 되고 그렇게 교우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도 들고요.

함께 고민을 나누다보니 서로 홀로가 아님을 알게 된다는게 어쩌면 이 서점과도 닮아 있네요. 
네. 맞아요. 어떤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안전한 공간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마음이요. 저희 서점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부탁드릴게요.
청파교회는 교회와 신앙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을 때 만났어요. 나의 신앙과 고민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란 걸 알게해 준 소중한 교회에요. 청파교회가 계속 이 길을 걸어갔으면 좋겠어요.